현대 한국 도시의 문제 중 하나는, 도시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산업적으로 ‘집’을 제거하고 ‘주거’만 남겼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더 이상 ‘집’이 없다. 대신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교환 가능한 ‘주거’만이 남았다.

통계 속에서는 ‘주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 마음속의 ‘집’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것이 더 현대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전달 기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고,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의 방식도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하지만 ‘집’을 점유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나’와 ‘집’ 사이의 유착 관계는 여전히 필요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공간이라면, 그곳은 ‘주거’가 아닌 ‘집’이어야 한다.

애정을 주지 못하고 내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공간은 쓸쓸하다. ‘집’을 돌보고, 조금씩 바꾸며 얻는 만족감, 그 변화가 나에게 주는 위로는 삶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집’은 점점 더 쓸쓸해지고 있다.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고, 가구 하나 들이기도 망설여진다. 이 집에 언제까지 살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팔지 모르는 때를 대비해서 늘 ‘표준’을 의식하며 사는 삶.

마치 이별이 예정된 연인과 함께 사는 듯하다. 생활을 마음껏 펼치기 어렵고, 애정을 주려 해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삶의 중요한 기쁨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기분.

우리는 언제부터 '집'을 잃어버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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