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도,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스크롤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낯선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은 기분. 아주 잠시지만,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 홀로 던져진 느낌.

이 어색한 공백을 견디지 못해 다시 손이 간다.

또다시 화면 속으로.

집도 마찬가지다. 딱히 치울 게 없는데도, 집안 곳곳이 어수선해 보인다.

청소기, 빨래건조대, 보다가 던져둔 책, 언제 걸어둔지도 잊은 드라이플라워, 살 때만 반가웠던 운동기구까지.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며 들여놓았지만, 실은 그저 공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막상 정리하려고 보면 하나하나 사연이 있다. 쉽게 버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문제가 뭘까?

어쩌면 이건 단순한 정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공백’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깔끔하고 단순한 공간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눈앞에 비어 있는 공간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무엇인가를 채운다.

익숙한 방식으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끝없이 스크롤하듯, 집 안의 빈 곳마저 가득 채우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