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으레 낡은 골목에 대한 감상적인 향수나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태도 때문일 거라 짐작하곤 한다. 이 글을 빌려 분명히 해두자면, 나는 도시의 환경이 나아지는 것, 즉 '개선(改善)'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재개발'이라고 통칭하는 그 개발 방식의 정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개발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개선'인가?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재개발은 도시가 가진 고유한 맥락을 지우고,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가치를 현재로 무리하게 끌어다 써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도박에 가깝다. 지금까지 지어왔던, 지금도 어디선가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의 건축연한이 다되는 시점 - 대략 2,30년 후 - 가 되면, 더이상 재개발 동력이 없는 그 단지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용적률은 가득 채워서 재개발 가치는 '0'에 가깝고, 리모델링만 해도 가구당 수억씩의 분담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세대당 경제적 여건이 다를테니, 분담금을 낼 형편이 안되는 가구는 쫓겨나던지, 아니면 단지 전체가 방치될거다. 지금도 미개발 지역은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점은 현재의 미개발 지역은 다른 대안이 있지만, 아파트만 고집하느라 문제가 되는 것이고, 미래에는 다른 대안 자체가 없을 것이다. 이미 다른 가능성들을 제거해버리는,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더욱 뼈아픈 지점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성의 훼손이다. 도시는 - 당연히 그 풍경을 포함하여 - 시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공공재다. 그러나 현재의 재개발은 '신속한 주택 공급'과 '시장 논리의 보장'이라는 그럴듯한 명목 아래, 사적 이익이 우리 공동의 가치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가 앞장서서 이러한 약탈적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꼴이다. 주택 공급의 다른 방식을 국가가 나서서 고민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국가가 나서서 아파트 단지에만 여러 완화 조항을 통해 특혜를 주고 있다. 구체적 조항은 나중에 별도의 주제로 심층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지만, 나는 싸고 좋은 것을 집착적으로 찾는다. 그리고 각자의 조건에 따라 가성비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파트는 싸고 좋은게 아니라 비싸고 나쁘다.

현재 시점의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단독주택 리모델링을 제안한다. 단독주택 리모델링 자체가 대단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장 사회적으로 합의될만한 매력적인 공동주택 유형이 - 아파트 외에 - 딱히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기존의 도시 안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로서 단독주택 리모델링은 상대적으로 가능하고 유효한 대안이다. 모든 땅이 아파트 단지에 잠식 당하기 전에 미래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을 남기는 즐겁고 매력적인 전략으로서.